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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2

[세준] 역아고

사보이 2015. 4. 27. 21:01


-아저씨 언제 와?
"미안. 오늘 야근."
-뭐야 오늘도? 나 안 보고싶어 준면아? 어? 그런거야?
".....꾾는다."
-아 끊지마요 혀어엉. 형? 여보세요? 끊었어? 어.. 아닌데. 안 끊었는데. 여보세요? 아저씨!!!
"...듣고 있어."
-근데 왜 대답을 안 해.
"너.. 호칭 정리 좀 해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
-왜. 좋은데. 그럼 이렇게 할까요? 평소엔 아저씨. 배고플 땐 주인님. 보고싶을 땐 형아아. 그리고 침대위에선 우리 준면ㅇ..

뚝.

준면이 가차 없이 통화 종료버튼을 눌렀다. 1초도 안 되어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준면은 심란한 얼굴로 손에 쥔 폰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손이 부르르르르 떨렸다. 부재중 통화가 연속으로 세 번쯤 찍히고 나서야 준면은 다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주었다. 여보세요!!!!!! 우렁한 외침이 들렸다.

"죽을래 진짜."
-죽일래도 침대 위에서 죽여줘야지이.

잦아들지 않는 능글거림에 준면이 무안한듯이 한숨을 푹 쉬었다. 껌껌한 사무실에 준면의 책상에만 불이 켜져 있다. 일찍 오면 안 돼요? 나 저녁도 안 먹었어. 세훈이 수화기 너머로 밉지 않게 징징거렸다. 준면이 푸른 빛을 내뿜는 모니터와 쌓인 서류를 번갈아보다가 뻑뻑한 눈두덩이를 꾹꾹 눌러냈다.

-준면아. 아 끊지마 진짜로!!!!
"...안 끊었어."
-보고 싶어.
"....그래."
-빨리 와.
"알았어. 그만 끊자."

세훈이 웬일로 별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준면은 통화시간을 알리는 숫자를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이 웃었다. 지금 가도 열 시쯤에 도착할텐데. 준면이 일어서 벗어둔 재킷을 걸쳤다. 가는 길에 먹을 거라도 사가야겠다. 제가 없인 아무것도 안 챙겨먹을 세훈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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