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그 집 망했다안카나.맞지예. 돈이고 뭐고 사람 일 모른다 아입니꺼. 세훈은 눈을 떴다. 구름이 한바탕 지나간 하늘에서 쨍한 햇살이 화살처럼 내리꽂혔다. 눈부신 시야는 아프고 저릿한 흰 빛 뿐이었지만 세훈은 초점도 없이 그 넓은 빛의 너울을 눈도 감지 않고 노려보았다. 위험한 짓이었다. 그러나 그제서야 머릿속에서 소근거리던 목소리들이 쫓겨났다. 아나, 니 이름 적어라. 등교 첫날 희끗희끗한 머리의 담임 선생님이 툭 던져준 정체 모를 종이에 이름을 적으면서도 세훈은 등 뒤의 공기들을 신경쓰고 있었다. 선생님이라지만 결국엔 시끄러운 남의 입들. 오자마자 정이 떨어지겠다 싶었다. 갑작스런 전학생에 시끄러워진 낯선 또래들과 전학생이 오든 말든 평소처럼 분필을 잡은 선생 앞에서 단번에 고개를 책상에 처박고 아무 ..
-아저씨 언제 와? "미안. 오늘 야근." -뭐야 오늘도? 나 안 보고싶어 준면아? 어? 그런거야? ".....꾾는다." -아 끊지마요 혀어엉. 형? 여보세요? 끊었어? 어.. 아닌데. 안 끊었는데. 여보세요? 아저씨!!! "...듣고 있어." -근데 왜 대답을 안 해. "너.. 호칭 정리 좀 해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 -왜. 좋은데. 그럼 이렇게 할까요? 평소엔 아저씨. 배고플 땐 주인님. 보고싶을 땐 형아아. 그리고 침대위에선 우리 준면ㅇ.. 뚝. 준면이 가차 없이 통화 종료버튼을 눌렀다. 1초도 안 되어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준면은 심란한 얼굴로 손에 쥔 폰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손이 부르르르르 떨렸다. 부재중 통화가 연속으로 세 번쯤 찍히고 나서야 준면은 다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주었..
(기형도 - 죽여줘. 죽여줘. 모두가 무서워. 내 육체적 고통보다 내 자신과의 외로움이 더 무서워.)조직물주의. 카준세준카주의. 뻘내용주의. ver 1.보스 종인. 서른. 삼영해운 사장. 인천항에서 마약을 밀수. 시내에서 떨어진 산자락 그 어디쯤 넓은 대지에 큰 저택이 있는데 그곳이 보스가 사는 곳. 보스, 준과 더불어 항시 대기하는 조직원 10명이 본채에 산다. 본채에서도 가장 중앙에 있는 공간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물'이라고 불리는데 집 안의 또다른 집처럼 몇 개의 방과 거실, 서재 등을 갖춘 독립된 공간이다. 오직 종인과 준면만이 드나들 수 있다. 준면의 침실도 거기에 있다. 그 옆 별채에는 30명 정도의 인원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그의 정부는 준. 마네킹. 인형. 나이를 가늠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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