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준] 화양연화
즈그 집 망했다안카나.맞지예. 돈이고 뭐고 사람 일 모른다 아입니꺼. 세훈은 눈을 떴다. 구름이 한바탕 지나간 하늘에서 쨍한 햇살이 화살처럼 내리꽂혔다. 눈부신 시야는 아프고 저릿한 흰 빛 뿐이었지만 세훈은 초점도 없이 그 넓은 빛의 너울을 눈도 감지 않고 노려보았다. 위험한 짓이었다. 그러나 그제서야 머릿속에서 소근거리던 목소리들이 쫓겨났다. 아나, 니 이름 적어라. 등교 첫날 희끗희끗한 머리의 담임 선생님이 툭 던져준 정체 모를 종이에 이름을 적으면서도 세훈은 등 뒤의 공기들을 신경쓰고 있었다. 선생님이라지만 결국엔 시끄러운 남의 입들. 오자마자 정이 떨어지겠다 싶었다. 갑작스런 전학생에 시끄러워진 낯선 또래들과 전학생이 오든 말든 평소처럼 분필을 잡은 선생 앞에서 단번에 고개를 책상에 처박고 아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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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27.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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